기러기 아빠의 마음속 무거운 짐

기러기 아빠. 가족을 위해 스스로의 외로움을 선택한 사람들.
더 나은 교육 환경, 더 좋은 기회를 위해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아버지들의 마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희생과 헌신으로 보일지 몰라도, 실제로는 외로움, 소외감, 그리고 가정 내에서 ‘부재하는 존재’라는 인식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습니다. 특히 자녀가 예민한 시기를 지나고 있을 때, 멀리 있는 아버지로서의 역할은 더욱 모호해집니다.
자녀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곁에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아버지들은 큰 죄책감을 느끼고, 아무리 일과 경제를 책임지고 있어도 정서적 소외감은 해결되지 않습니다. 자녀와의 정서적 연결이 약해지는 순간, “나는 이 가족의 일원인가?”라는 존재론적 의문까지 생길 수 있습니다. 기러기 아빠의 외로운 현실은, 겉으론 괜찮아 보여도 내면에서는 깊은 갈등과 스트레스를 동반합니다.
자녀 문제, 기러기 아빠에게 더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
아버지와 자녀 간의 정서적 거리는 물리적인 거리와 비례합니다. 아무리 자주 통화를 하더라도,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갈등과 변화에 바로바로 반응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스트레스가 됩니다. 특히 자녀가 사춘기를 겪는 시기에는 반항적인 행동, 말없는 침묵, 스마트폰에 몰두하는 모습 등이 반복되기 마련인데, 이를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 아버지는 심리적으로 소외감을 더욱 크게 느낍니다.
아내가 아이의 행동에 대해 피곤하다고 하소연할 때, 도와주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함께하지 못하는 상황은 죄책감으로 이어집니다. 더불어 자녀와의 대화가 형식적으로 변하고, 감정적 유대가 끊긴 상태에서 아이가 무기력해지거나 문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면, 아버지는 자신의 부재를 탓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아버지 자신도 정서적으로 지쳐가고, 가족 전체의 분위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입니다.
가족 상담, 떨어져 있어도 가능한가요?
기러기 아빠라고 해서 가족 상담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요즘은 기술 발전 덕분에 줌(Zoom), 화상회의 플랫폼 등을 통해 비대면 온라인 가족 상담이 충분히 가능해졌습니다. 상담사와 함께 부모, 자녀가 각자의 위치에서 접속해 동시에 감정을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습니다. 이는 특히 가족 구성원이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경우에 아주 유용한 방식입니다.
가족 상담은 특정 문제가 있는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가족 전체가 함께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책을 모색해 가는 과정입니다. 기러기 아빠 가정에서는 아버지가 상담을 통해 자녀와의 소통 방식을 배우고, 아내의 양육 부담을 함께 나누는 계기로 삼을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줄 때, 자녀 역시 더 안정적인 감정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결국 가족 상담은 멀리 있는 아버지를 다시 가족 중심으로 연결하는 정서적 다리 역할을 하게 됩니다.
실제 사례로 보는 변화
실제로 서울에 거주하는 A 씨 가족은 중학교 2학년 아들의 반항적인 태도와 말문 닫은 행동으로 인해 큰 갈등을 겪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해외에서 근무 중인 기러기 아빠였고, 어머니는 혼자서 아들의 문제 행동을 감당하느라 정서적으로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거의 단절된 상태였고, 심리적으로 고립감을 호소했습니다.
이 가족은 화상 가족 상담을 통해 변화의 첫걸음을 시작했습니다. 상담사는 아버지에게 “조언보다 감정 공감이 우선”임을 강조했고, 아버지는 매주 정해진 시간에 아들과 통화하며 감정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서먹했지만, 점차 아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어머니 역시 양육 부담에서 한 걸음 물러날 수 있었습니다. 3개월 뒤, 이 가족은 감정적으로 훨씬 가까워졌고, 아들은 학교생활에도 안정을 찾았습니다.
기러기 아빠를 위한 가족 상담 실천 팁
- 감정 교류가 우선입니다.
일상적인 통화보다 중요한 건 ‘무슨 말을 하는가’보다 ‘어떻게 공감하는가’입니다. 아이의 말에 판단이나 조언보다는 감정을 먼저 알아주는 태도를 가지세요. - 상담은 늦기 전에 시작해야 합니다.
문제가 커지기 전에 예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상담은 병이 아니라, 성장의 도구입니다. - 가족 전체가 참여하는 상담을 지향하세요.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시스템 전체의 작용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 아내와의 정기적 소통도 병행하세요.
아내가 느끼는 양육 스트레스도 상담을 통해 함께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부부 소통이 자녀 양육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기러기 아빠라는 선택은 분명 용기 있는 결정입니다.
하지만 정서적 유대가 단절된 상태에서는 아무리 경제적 조건이 좋아도 가족은 행복할 수 없습니다.
가족 상담은 정서의 다리를 놓는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지금 이 순간, 자녀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면 그 시작은 '내가 먼저 마음을 여는 것'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