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상담으로 성격 차이를 극복한 부부의 실제 경험담. 이 글에서는 애니어그램으로 배우는 관계 회복의 지혜를 확인해 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1. 우리는 너무 달랐다 – 충성가와 개혁가의 만남
처음 만났을 때 저는 애니어그램 유형 중 6번, 충성가였습니다. 언제나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하며, 안정과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죠. 반면 제 아내는 1번 개혁가였습니다. 그녀는 옳고 그름이 명확하고, 원칙과 책임을 중시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겉보기에는 균형 잡힌 조합 같았지만, 실제로는 아주 자주 부딪혔습니다. 저는 상대방의 감정과 반응에 매우 민감했기에 그녀의 비판이나 단호한 말투에 쉽게 상처받았고, 아내는 그런 저를 보며 ‘왜 이렇게 자신이 없을까?’, ‘왜 제대로 표현을 못 할까?’라고 답답해했죠.
연애 초기엔 이런 차이를 ‘서로 다른 매력’이라 받아들였지만, 결혼 후엔 점점 일상의 스트레스로 변했습니다. 저는 아내의 말 한마디에 긴장하고, 아내는 저의 태도에 실망하고. 그렇게 쌓인 오해들은 결국 큰 갈등으로 이어졌습니다.
2. 성격 차이에서 비롯된 반복되는 갈등
결혼 후 본격적으로 함께 살아가면서, 우리 부부는 성격 차이가 실제로 얼마나 큰지를 몸소 느끼게 되었습니다. 사랑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현실의 벽 앞에서, 감정은 점점 거칠어졌고 대화는 예민하게만 흘러갔습니다.
6번 충성가인 저는 늘 어떤 상황에도 대비해야 마음이 편한 사람입니다. 무언가를 결정하기 전에는 다양한 가능성을 생각하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판단하려 했죠. 그러나 아내는 1번 개혁가로서, 빠르게 판단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성향이 강했습니다. 저의 망설임과 고민은 아내에게는 답답함 그 자체였고, 때로는 책임 회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아내의 단호함과 원칙 중심적인 태도는 저에게는 너무 차갑게 느껴졌습니다. 실수에 관대하지 못한 그녀의 모습은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을 키웠고, 결국 저는 점점 방어적으로 변해갔습니다. 말은 줄고, 표정은 굳어지고, 함께 있어도 거리는 멀어졌습니다.
이런 갈등은 생활 곳곳에 스며들었습니다. 사소한 집안일 분담부터, 아이 교육, 재정 관리, 가족 모임 방식까지. 갈등의 양상이 크건 작건,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서로를 바꾸려는 마음이 앞서 있었고, 그것이 이해의 기회를 앗아갔습니다. 문제는 성격 자체가 아니라, 그 성격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어떻게 반응했는지에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그 당시에는 그걸 몰랐습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너는 왜 항상 그래?”라는 질문만 던졌고, “그게 왜 문제야?”라는 반응만 주고받았습니다. 감정은 쌓이고 신뢰는 흔들렸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관계는 조금씩 멀어졌고, 결국 '이혼'이라는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3. 이혼 후에도 계속된 연결 –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
이혼은 끝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부모로서의 역할은 여전히 공유되어야 했고, 아이들의 생활, 감정, 교육 등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았습니다. 어느 날 아이가 조용히 물었습니다.
“엄마, 아빠는 왜 같이 안 살아?”
그 질문은 제 가슴을 깊이 찔렀습니다.
우리는 부부로서 실패했을지 몰라도, 부모로서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이와의 관계, 그리고 서로의 감정에 대해 다시 이야기해 보기로 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같은 문제에서 계속 막혔고, 이대로는 아이들에게도, 우리 자신에게도 좋은 방향이 아니라는 생각에 가족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4. 가족 상담과 애니어그램이 가르쳐준 것들
가족 상담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을 짚어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상담사와의 만남은 처음엔 낯설고 어색했지만, 점점 우리가 겪었던 감정과 다툼의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상담 과정에서 애니어그램을 소개받았고, 그 안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과 상대방을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아내의 단호함과 비판은 ‘비난’이 아니라 ‘세상을 바르게 만들고자 하는 의지’였고, 저의 불안과 신중함은 ‘게으름’이 아니라 ‘신뢰받고 싶은 마음’이라는 걸 알게 되었죠.
상담을 통해 우리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시선과 언어를 배웠습니다. 감정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설명하는 법, 그리고 듣는 법을 익혔죠.
아이들과도 함께 상담을 받으면서, 아이들이 우리를 얼마나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고, 지금까지 우리 행동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되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상담은 단순한 문제 해결이 아니라, 관계를 재구성하는 터닝 포인트가 되어주었습니다.
5. 다시 함께,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며
가족 상담을 통해 다시 마주한 우리는 ‘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성격은 다르지만, 그 차이를 갈등의 이유가 아닌 존중의 이유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죠.
이제 아내는 저의 신중함을 ‘생각이 깊은 성격’으로 이해하고, 저는 아내의 원칙을 ‘진심에서 우러난 책임감’으로 받아들입니다. 여전히 의견 차이는 생기지만, 이제는 감정이 앞서기 전에 서로에게 묻습니다.
“지금 이 말, 어떤 마음에서 나온 거야?”
그 한마디가 상황을 바꾸는 열쇠가 되기도 하죠.
아이들도 변했습니다. 부모가 함께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정서적으로 더 안정되었고, 가정 안에서 웃음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아이를 위한 결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 자신에게도 큰 회복이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함께 있는 이유는 단순히 사랑 때문만은 아닙니다. 함께 가정을 이루고, 함께 성장해가고자 하는 의지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이해하려는 마음’, 그리고 ‘도움을 구하는 용기’에서 비롯되었죠.
결혼은 '같아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따라 유지됩니다. 저희 부부는 그 사실을 뒤늦게, 하지만 다행히도 놓치지 않고 배웠습니다.
애니어그램은 우리 각자의 성향을 이해하게 해 주었고, 가족 상담은 그 성향 차이로 인한 갈등을 '풀어가는 기술'을 알려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서로의 차이를 약점으로 여겼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차이 덕분에 더 넓은 시야로 아이를 키우고, 가정을 꾸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가족 상담은 단지 부부 사이의 갈등 해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부모로서 우리가 어떤 영향을 아이에게 주고 있는지, 아이의 감정을 어떻게 이해하고 도와야 하는지까지 안내해 주는 중요한 기회였습니다. 상담을 통해 우리는 다시 소통하게 되었고, 다시 연결되었으며, 다시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죠.
지금도 완벽한 부부는 아닙니다. 가끔은 예전처럼 의견이 다르기도 하고, 감정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순간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 차이를 이해하려는 태도, 듣고 말하는 법,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 지금, 성격 차이로 인해 고민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용기를 내어 가족 상담을 받아보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상담은 약한 사람만 받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지키고 싶은 사람들이 받는 가장 용기 있는 선택입니다.
그리고 애니어그램은 그 관계를 이해하고 회복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침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