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각자의 삶을 살던 부부.
두 아이 모두 미숙아로 태어나 장애 진단을 받고,
홀로 아이들을 돌보던 아빠와의 재결합을 선택한 엄마.
가족 상담이 이들에게 가져다준 변화에 대한 실제 사례입니다.
다시 가족이 되기까지의 긴 여정

수진(가명)과 민수(가명) 부부는 결혼 후 두 아이를 낳았습니다. 두 아이 모두 미숙아로 태어나 체력적으로도 약했고, 성장 발달도 또래보다 느린 편이었습니다. 육아는 늘 긴장의 연속이었고, 부부는 점점 지쳐갔습니다.
결국 오랜 갈등 끝에 두 사람은 이혼을 선택하게 됩니다. 민수는 감정 기복이 심했고, 수진은 아이들을 방임하는 태도를 보이며 서로를 지치게 했습니다. 그들의 이혼은 단순한 성격 차이가 아니라, 가정폭력과 정서적 단절이라는 뚜렷한 이유가 있는 아픈 결정이었습니다.
이혼 후 두 아이의 양육은 아빠인 민수가 맡았습니다. 민수는 직장을 다니며 생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아이들의 기저귀를 갈고 병원 예약을 챙기며 하루하루를 버텼습니다. 그는 외로움과 육체적 피로 사이에서 버티는 것이 전부였고, 아이들의 발달이 남들과 다르다는 걸 조금씩 느끼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성장 지연이라 믿었지만, 둘째가 이유 없이 넘어지거나 경기를 일으키는 모습을 반복하며 민수는 결국 전문 진단을 받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결과, 첫째는 지적장애, 둘째는 지적장애와 뇌병변 손상이라는 복합장애 판정을 받게 됩니다.
혼자 견디기엔 너무 벅찼던 시간들
장애 진단 이후 민수는 말 그대로 무너졌습니다. 아이들의 미래는 물론,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도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병원과 재활센터를 오가며, 그는 자책과 불안 속에서 아이들과 싸워야 했습니다.
아빠라는 이유로 강해야만 했고, 눈물조차 허락되지 않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증상은 점점 더 복합적으로 변해갔고, 스스로를 돌볼 여유도 없는 일상에서 민수는 점점 탈진해 갔습니다.
그 무렵 수진은 우연히 민수와 아이들의 상황을 듣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떠난 후에도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마음 깊은 곳을 건드렸고, 한때는 피하고 싶었던 ‘가족’이라는 책임감이 다시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수진 역시 아이들에 대한 죄책감을 품고 살아왔고, 다시 한 번 용기를 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둘은 아이를 위해서만이라도 함께 해보자는 약속 아래 재결합을 선택하게 됩니다.
다시 시작되었지만, 가족답지 못했던 우리
두 사람은 다시 함께 살게 되었지만, 현실은 이상과 달랐습니다. 아이들은 여전히 민감했고, 부부 사이의 오랜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조심스러워졌고, 말 한마디에도 긴장이 감돌았습니다.
서로가 노력은 하고 있었지만, 함께 사는 것만으로는 가족이 되지 않았습니다. 무언가 본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그때 지역 복지센터를 통해 가족 상담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습니다.
민수와 수진은 처음엔 상담이라는 개념에 부담을 느꼈습니다. 이전에 부부 상담을 받아본 적이 있었지만, 그땐 서로를 탓하는 데 급급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엔 아이들도 함께였고, ‘가족 전체의 회복’을 목표로 한다는 설명에 조금은 기대를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가족 상담실에서 처음 꺼낸 진심
첫 상담은 낯설었습니다. 오랜만에 공식적인 자리에서 서로를 마주한 민수와 수진은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상담사는 ‘누가 잘못했는가’를 묻지 않았습니다. 대신, ‘누구도 말하지 못했던 마음’을 꺼낼 수 있도록 따뜻하게 이끌어 주었습니다.
민수는 처음으로 아이를 혼자 키우며 느꼈던 절망과 분노를 털어놓았습니다. 수진 역시 아이들에게 등을 돌리고 도망친 자신을 인정하며 눈물을 보였습니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은 상담을 마치고도 서로의 얼굴을 오랜만에 제대로 마주 보았다고 말했습니다.
상담은 일방적인 조언이 아니라,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돕는 과정이었습니다. 그 안에서 두 사람은 ‘왜 그렇게밖에 하지 못했는지’를 서로 이해하게 되었고, 아픔을 감추는 대신, 꺼내놓고 맞이하는 법을 배워갔습니다.
아이들에게서 보이는 작은 변화
부모의 변화는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과거에는 자주 울고 잠을 설치던 둘째가 요즘은 눈을 맞추고 웃는 일이 잦아졌고, 첫째는 짧은 문장을 따라 말하려는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상담사는 “아이들은 부모의 정서 상태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민수와 수진이 서로에게 미소를 보이기 시작한 이후, 아이들의 표정과 행동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이제 ‘같이 있는 것’이 아닌 ‘같이 살아가는 것’을 연습하고 있었습니다. 완벽한 가족은 아니지만, 부서진 마음을 서로 꿰매며 살아가는 가족으로 거듭나는 중이었습니다.
상담을 계속 이어가는 이유
민수와 수진은 지금도 정기적으로 가족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갈등이 생겼을 때 바로 풀어내기 위한 대화법을 익히고 있고, 아이들과의 상호작용에도 전문가의 조언을 반영해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상담을 받는 걸 ‘실패한 가족의 증거’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가족이 되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합니다. 지금은 서로가 서로에게 더 이상 부담이 아닌, 지지자가 되기를 배우는 중입니다.
상담을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가족 상담은 누군가의 특별한 선택이 아닙니다. 그저 함께 잘 살아가고 싶은 이들이 선택하는 방법 중 하나일 뿐입니다. 이 사례 속 부부처럼, 아무리 멀어졌던 사이도 서로를 이해하고 싶다는 의지만 있다면 관계는 충분히 회복될 수 있습니다.
혹시 지금 가족 안에서 말하지 못하는 상처를 품고 있다면, 상담실이라는 공간에서 스스로와 가족을 다시 만나보세요. 그 공간은 부끄러움의 자리가 아니라, 회복을 시작하는 안전한 첫걸음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