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 더 가까워야 할 사이. 하지만 형제자매 관계는 때로 가장 멀고 복잡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릴 적에는 장난을 치며 웃고 떠들던 사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이 틀어지고 오해가 쌓여 서로에게 상처만 남는 관계가 되어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형제자매는 친구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자라고, 부모의 사랑도 함께 나누며 성장하죠. 그래서일까요? 그만큼 서로에 대한 기대와 실망, 질투와 비교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틀어진 형제자매 관계는 다시 회복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상담이라는 방법이 정말 도움이 될까요?
왜 형제자매 사이에 갈등이 생길까?
많은 사람들이 형제자매 간의 갈등을 단순히 “성격이 안 맞아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더 복합적이고 뿌리 깊은 감정들이 얽혀 있습니다. 형제자매 갈등은 자주 발생하지만, 잘 드러나지 않기에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1. 부모의 차별적 양육
“언니만 예뻐했잖아.”
“막내라서 늘 봐줬지.”
이처럼 형제자매는 자신이 받는 사랑의 크기와 방식에 대해 민감합니다.
의도하지 않은 부모의 행동이라도 아이 입장에서는 비교와 상처로 남을 수 있습니다.
2. 역할 기대의 차이
첫째는 ‘모범’, 막내는 ‘귀여움’ 등 고정된 가족 내 역할은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어릴 적 주어진 기대가 성인이 되어서도 관계에 영향을 미치며, 서로에게 “이해받지 못했다”는 감정을 키우게 됩니다.
3. 경제적 갈등과 유산 문제
특히 성인이 된 이후, 부모님의 재산 분배나 경제적 도움 문제로 갈등이 폭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질적 문제는 감정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죠.
4. 결혼 후 관계 변화
배우자나 시댁·처가의 개입으로 인해, 이전에는 없던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형수님 때문에 가족 모임이 불편해” 같은 말은 본질적인 갈등이 외부 요인으로 증폭되는 전형적인 예입니다.
5. 어릴 적 상처의 잔재
과거에 있었던 말이나 행동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잊히지 않고 상처로 남아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때 해결되지 않은 감정은 현재의 모든 대화와 행동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형제자매도 상담을 받을 수 있을까?
‘가족 상담’이라고 하면 보통 부모와 자녀, 혹은 부부 사이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실제로 형제자매 관계도 상담의 중요한 주제가 될 수 있습니다.
갈등이 깊어질수록 대화는 줄어들고, 결국 침묵과 단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죠.
이럴 때 상담은 서로가 안전하게 감정을 꺼내고, 진심으로 이해하고 새로운 관계를 다시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 중립적인 대화 공간
형제자매끼리 직접 감정을 표현하면 쉽게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상담사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감정을 정리하고 공감과 경청의 환경을 조성합니다.
✅ 감정의 뿌리 정리
서로의 상처를 되짚고, 왜 그런 감정이 생겼는지를 이야기하는 과정은 오해를 풀고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 줍니다.
✅ 새로운 소통 방식 학습
상담을 통해 우리는 더 이상 “알아서 이해하겠지”라는 잘못된 기대 대신, 존중하고 표현하는 대화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 혼자 시작해도 변화는 가능
두 명이 함께 상담을 받으면 좋지만, 한 사람의 변화도 관계를 움직일 수 있는 출발점이 됩니다.
실제 사례: 대화조차 끊겼던 자매의 회복 이야기
서울에 사는 40대 자매는 몇 년 전, 어머니의 유산 분배 문제로 큰 다툼을 벌였습니다.
감정이 격해진 끝에 연락을 끊었고, 약 3년간 얼굴조차 보지 않았죠. 그렇게 말 한마디 없는 냉랭한 사이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었고,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다시 마주 앉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서로의 얼굴조차 낯설게 느껴질 만큼 관계는 멀어져 있었죠. 말없이 앉아 있는 동안, 두 사람 모두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 막내가 먼저 조심스럽게 상담을 제안했습니다.
“화해까진 아니어도, 마음이 너무 힘드니까 상담이라도 받아보자.”
그 한마디에 언니도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함께 심리상담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상담 첫날, 서로를 바라보는 것조차 어려웠지만, 상담사의 안내로 차츰 어린 시절의 기억, 상처받았던 순간들, 말하지 못했던 감정을 풀어냈습니다.
“그때 그 말이 나에겐 너무 아팠어.”
“나는 늘 너보다 부족하다는 생각이 있었어.”
이런 대화를 통해 서로의 감정에 처음으로 ‘이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었습니다.
지금 두 사람은 여전히 완벽한 관계는 아니지만,
존중하고 배려하는 방식으로 새롭게 연결된 자매 사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생일이면 연락도 하고, 어머니 간병도 함께 나누며 가족이라는 이름을 다시 붙잡고 있는 중입니다.
상담은 관계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상담을 마지막 수단처럼 생각합니다.
“도저히 해결이 안 되니까 가는 거지.” 하지만 상담은 문제를 마주하는 첫걸음, 그리고 우리가 새로운 방식으로 관계를 바라보게 되는 기회입니다.
형제자매 사이의 갈등은 결코 사소하지 않습니다. 수십 년 간 쌓인 감정은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감정은 굳어지고, 더 큰 상처가 되기 마련이죠. 하지만 상담을 통해 그 감정을 말로 꺼내고, 상대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시 듣기 시작하면, 서로를 ‘오해의 대상’이 아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으로 다시 인식하게 됩니다.
우리는 상담 속에서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꺼내고, 그 이야기 위에 다시 신뢰와 존중의 관계를 쌓아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화해가 아니라, 더 이상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새로운 방식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용기입니다.
지금 마음속에 떠오르는 형제자매가 있다면, 조심스럽게 그 문을 다시 두드려보는 건 어떨까요?
작은 용기가, 오랫동안 묶여 있던 마음의 실타래를 풀어줄 수 있습니다.